[2019년 12월 저널레터] 기자단 에세이: 학생선수, 학생인가? 선수인가?

-학생선수에 관한 소고-

한 준 상(능내초)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문이 체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 중 2차 권고문은 학교체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학교운동부(학생선수)에 관한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권고문의 큰 줄기는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하여 훈련은 방과 후에 진행하고 대회는 주말을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학생선수를 학교스포츠클럽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한편, 소년체전의 축제화를 더하고 있다. 이를 전통적인 학교체육의 구분 방식인 정과체육, (학교운동부로 대변되는)학생선수, 학교스포츠클럽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학생선수의 영역을 축소하고 대신 학교스포츠클럽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교육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문체육으로 연계되는 학생선수의 영역은 수월성을, 생활체육으로 연계되는 학교스포츠클럽의 영역은 평등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구분적인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문은 학교체육에서의 수월성 교육을 축소하고 평등성 교육을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일견 체육에서의 수월성 교육과 평등성 교육 중 무게 추를 평등성 교육으로 옮기는, 즉 가치 선택에 대한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혁신학교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 필자는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문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문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면, 그 한가운데 있는 현재의 학생선수들의 입장과 학교의 대응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염려되는 것은 이러한 어른들의 정치문제(수월성을 지지하는 보수와 평등성을 지지하는 진보 사이의 갈등), 혹은 체육계의 진영싸움(운동부로 연계되는 전문체육과 학교스포츠클럽으로 연계되는 생활체육의 헤게모니 다툼)이 전문체육을 업으로 삼고자하는 학생선수들의 진로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상의 여러 권고들은 명백히 학교 내에서의 전문체육을 축소하는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학생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들에게는 체육에 관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현재 학생과 선수 사이에서 선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학생선수들에게는 선수로서의 문이 좁아지는, 다시 말해 진학과 진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물론, 현재 학생선수의 진학 및 진로에 대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뉴스 기사가 있다. “학교 운동부 무더기 해체…엘리트 체육 흔들”이라는 2019년 10월 28일의 연합뉴스 기사는 2015년부터 경기도 내 학교 운동부가 197곳 해체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학생선수들이 설 곳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전문체육은 체육을 통한 국위 선양, IMF 시절 온 국민에게 희망의 메신저로서 기능을 하는 등 긍정적인 역사와 사재혁 선수의 폭력사건, 심석희 선수 성폭행 사건 등 부정적인 역사를 함께 가지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스포츠계에 고착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최근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문도 이러한 맥락에서 깊이 공감이 된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문이 현재 학생선수들의 진학 및 진로에 대한 고민이 좀 더 있었더라면, 어른들의 정치나 진영 논리에 의한 것이 아닌 학생들을 위하는 정책이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공부하는 학생선수, 운동하는 일반학생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정책 기조에서 왠지 공부하는 학생선수는, ‘공부’하는 학생선수로 선수보다 ‘공부’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정책적 흐름에 대해서는 필자도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어른들에 비하여 그리고 일반 학생들보다 사회적 약자인, ‘선수’로 자라고자 하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아쉬움이 떠오르는 것은 교사로서 어쩔 수 없는 마음가짐이라 여겨진다. 다음의 짧은 한 문장으로 졸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학생 선수도 우리의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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